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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원장 / 인천의료원 [vol.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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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의 기본 정신은
공공의료의 목적에서 출발한다!

 

자타 공인 공공의료계의 권위자로 통하는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인천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행보를 펼쳐나가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조승연 원장의 공공의료계를 위한 목소리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누군가 꼭 해야 하는 말이라면, 내가 하겠다”는 조승연 원장은 진정 한국의료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진정 의사들이 가져야 할 ‘사명감’을 다시금 되짚어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인술가(仁術家)가 아닐까 한다.

 

조승연 원장 (인천의료원)

 

의료인으로 20년간 공공병원을 책임지고 계십니다. 공공병원이 민간병원 시스템과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공공병원이 거의 없습니다. OECD 국가를 벗어나거나 후진국으로 갈수록 대부분이 공공병원입니다. 소득이 낮은 나라는 의료사업으로 돈을 벌 수 없어서 더욱더 그렇습니다. 옛날 병원은 의사가 왕진하던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전염병이 오면 의사가 찾아갈 수 없어 큰 공간에서 사람을 입원시키는 시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호스피털(hospital, 병원)이 생겨난 것입니다. 사실, 서양의 호스피털(hospital, 병원)이라고 하면 거의 호텔과 어원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난하고 집이 없는 사람들을 수용해서 치료해 주는 기관이 병원입니다. 그러다 보니 병원의 기본 출발은 공공성에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서양에서 말하는 근대식 병원의 출발점이고 지금도 그런 정신들이 유지되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의 현재 모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90년대 초부터 당시 큰 병원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었고, 젊은 여성들이 친절하게 입구에서부터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그전에는 손님이라는 말과 고객이라는 말을 병원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환자, 보호자, 내원객으로 표현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환자가 손님이 되고 고객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민간병원이 공공병원과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러한 부분입니다. 민간병원은 이윤 창출이 첫 번째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민간병원이 안 좋다는 것이 아니라 이윤 창출을 토대로 시스템이 짜여 있기 때문에 공공병원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공병원은 민간병원과 달리 사무적이고 분위기가 딱딱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는 합니다. 공공병원은 오로지 병원에 온 환자들에게 병원 시스템을 빨리 이해시켜서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잘 찾아가게 하거나 효과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게 목적입니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겠지만, 병원 안에서의 시스템은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료 환경면에서 민간병원과 달리 인천의료원이 추구해온 설계 및 디자인적 관점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천의료원은 1997년도에 지어졌습니다. 위치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볼 때 이곳은 병원이 있을 공간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특징은 일단 사람이 오기 어려운 곳에 지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곳도 지하철역과 멀고 시내버스도 많이 다니지 않아 차가 없으면 오기 힘듭니다. 입지부터 이미 고객만족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설계나 디자인적 관점은 그다음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내부적인 설계보다도 외부적인 곳에 많이 집착했습니다.

 

제2 인천의료원을 짓게 되면 취약한 지리적 여건을 벗어나는 것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인천의료원은 정신과나 만성질환을 보기에는 좋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염 환자들 역시 이곳에서 진료를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 제2 인천의료원에서는 급성병원 역할을 하고, 이곳은 만성질환을 보는 병원으로 하고 싶습니다. 인천의료원은 그동안 증축도 많이 하고 리모델링도 했지만, 사실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관심을 좀 가져줬으면 합니다.

 

 

가장 먼저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원장님의 개인적인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예전부터 공공병원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병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국민들과 정책담당자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공공의료원은 원래 그런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국민들의 보편적인 건강권을 지켜주는 것이 보건 의료이고, 여기서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정부가 국민들에게 형평성 있게 제공하는 것이 공공의료입니다. 그래서 사실 설립 주최가 정부인지, 민간인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설립자들이 계속 투자 및 지원해 캐나다 경우 50% 이상이 민간병원이지만 돈을 목적으로 설립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지원도 해주거든요. 특히 운영주최가 병원에서 수익을 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설립은 민간이 했어도 정부에서 똑같은 자격으로 지원을 해줍니다. 우리나라는 학교도 마찬가지이지만, 설립자들이 돈과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합니다. 결국은 영리적인 형태의 법인입니다. 의료법인은 원래 영리법인이 아니지만, 영리법인과 똑같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설립자들이 계속 투자 및 지원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만큼 재단이 하는 일은 병원에 부족한 돈을 가져다주는 것이죠. 세계 최고 의료 기관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의 경우 의료비가 굉장히 비쌉니다. 중환자실에 일주일 정도 입원하게 되면 1억 원 넘게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전체 손익을 보면 80%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20%가 부족한데, 그중 10%는 소위 산하 협력, 즉 제약회사나 의료계 연구하는 곳에서 지원을 받고, 나머지 10%는 기부금을 통해 운영됩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병원이고 수익을 많이 내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원장님이 성남시의료원을 설립하시고 인천의료원에 오시면서 하시는 일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중점을 두고 진행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저는 앞으로의 모든 공공병원은 필수 의료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제일 많이 투자해야 하는 곳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입니다. 민간병원의 경우 운영이 힘들면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문을 닫습니다. 저는 주민들에게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을 모셔와 응급실을 센터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심·뇌혈관 조영술 장비를 사서 심·뇌혈관센터를 만들려고 예산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공공병원은 그 지역의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환자를 살펴야하기 때문에 이런 응급실이나 심·뇌혈관 장치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최소한 그 지역의 공공병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성남시의료원 당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다 보니 나름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물론 성남시의료원은 워낙 규모가 크고 최신 장비도 갖춰놓은 상태로 이곳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인천의료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병원 환경과 시스템이 많이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천의료원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천의료원은 신종플루 당시 국립중앙의료원과 국가지원 격리 병상이 처음으로 지원된 병원입니다. 사실 감염병에 대해서는 공공병원 중에 역사도 오래되었고, 인천공항이 바로 있어 일본 환자들이 주로 많이 옵니다. 이번에 코로나19 환자나 에볼라 의심 환자 역시 인천의료원에 제일 먼저 왔었습니다. 특히 메르스 때도 그런 역할을 담당했던 터라 사실, 인천의료원은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동선을 달리하고 있고, 별도 엘리베이터도 운영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더욱이 직원들도 훈련이 잘되어 있어, 인천에 있는 다른 병원들에 감염병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지금 코로나19 환자가 와도 크게 동요되지 않습니다.

 

 

공공성을 갖기 위한 미래 병원의 방향성과 전략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목표 의식을 갖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남시 의료원을 설립할 당시 제가 외래 없는 병원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종합병원은 외래환자를 보면 안 된다고 봅니다. 앞서 언급했듯 호스피털(hospital, 병원)은 입원환자를 보기 위한 시설입니다. 먼저 1차 의료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맞고, 입원해야 하거나 정밀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 종합병원에서 치료하면 됩니다. 실제로 미국의 종합병원은 외래환자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거나 꼭 와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동네 의원으로 보냅니다. 이것이 앞서 말한 의료전달체계입니다. 대학병원 경우, 익히 잘 알다시피 교수에게 3분 진료를 받고 입원했는데, 실상 한참 후에 교수가 회진을 돌면서 얼굴을 잠깐 보여주는 게 전부입니다. 저는 자기 앞으로 입원한 환자는 본인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를 보는 3차 병원이 되어야 하고, 2차 병원은 바로 인천의료원을 포함한 종합병원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1차는 의원급, 2차는 소위 종합병원(제너럴 호스피털, General Hospital), 3차는 중증 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을 설립하고 계획 중인 후배 의사들이 많을 텐데요, 선배 의사로서 병원 설계 및 시스템 운영에 있어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 공공 의대를 만들자고 했을 때 여기저기서 반대가 많았습니다. 실상 의과대학 하나를 짓는 것보다, 교육이 우선입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교수들 대다수가 공공성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 의료계는 대부분 돈을 버는 데에만 치중되어 있습니다. 저의 취지는 공공 의대를 만들어 제대로 된 의대 교육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쿠바는 엄청난 후진국이지만, 의료는 체계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의사를 수출하는 나라로, 아프리카나 다른 나라의 학생들을 데려다가 가르치고 다시 보냅니다. 그곳은 의료를 돈벌이로 보지 않고 무상 교육을 시행합니다. 그만큼 쿠바의 의대생들은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후배 의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본분은 바로 이런 ‘사명감’입니다.

 

 

인터뷰이. 조승연 원장 (인천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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