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고태만 명예원장 / 제주한국병원 [vol.12]

본문

새 시대 여는 제주한국병원에서
든든한 후원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다.

 

제주한국병원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은 고태만 명예원장의 진두지휘로 이루어졌다. 제주도 의료계의 산증인이자 제주도 내 최초 종합병원인 제주한국병원을 이끌어온 만큼, 고태만 명예원장이 써 내려온 제주도의 역사는 그 자체로 무한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약 4~50여 년간 환자를 돌보면서 하얗게 센 머리는 인고의 세월을 버텨내 온 고귀한 연륜이자 또 다른 이름의 품격이었다. 멋지게 나이 든 고태만 명예원장은, 이제 제주한국병원의 무한한 발전을 위해 온전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명예원장으로서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고태만 명예원장 (제주한국병원)

 

1983년 명예 원장님께서는 다섯 분의 의사와 함께 제주도 1호 종합병원인 한국병원을 설립하셨습니다. 설립 취지와 목적이 궁금합니다.

 

저는 1974년에 처음 제주도에 들어왔습니다. 1970년대 제주도의 의료 환경은 굉장히 열악했습니다. 당시 제주도에 의료를 담당하고 있던 가장 중추적인 기관은 제주도립병원이었습니다. 훗날 제주의료원으로 바뀌었죠. 당시 의사들은 15명 정도였는데, 그들 중 전문의는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두 서울대학병원에서 2년, 3년 차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들로 포진되어 있었으니까요. 더구나 종합병원이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이 식사할 공간조차 없었습니다. 또 당시 항공편이 많지 않아서 아픈 몸을 이끌고 배를 타고 서울까지 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제주도립병원에 2년간 근무하면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병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에 뜻을 함께한 의사들이 모여 한국병원을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환자들이 제주도 내에서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 아래 1938년 2월, 제주도 1호 종합병원인 한국병원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제주도민의 건강을 위해 헌신의 열정을 쏟고 계시는데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병원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병원을 처음 설립할 때, 우리는 ‘환자를 주인으로 모시는 병원, 우리 직원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병원, 지역 사회 발전에 동참하는 병원이 되자’는 세 가지 경영방침을 세웠습니다. 특히 ‘어떻게 하면 좀 더 고객 감동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가’를 꾸준히 실행하고자 노력했던 마음가짐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병원은 제주도민과 제주 지역사회의 것입니다. 이미 2003년에 병원에 대한 모든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의료법인 혜인의료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또한 좋은 환경을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병원 직원들이 공동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직장을 만들자’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재까지 우리병원에는 노조가 없습니다. 그만큼 ‘항상 같이 간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제주 한국병원의 역사를 써 오시면서 많은 어려움도 따랐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또 어떻게 극복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여섯 명의 의사들이 의기투합해서 제주한국병원을 설립했습니다. 여섯 사람 모두 진료과도 다르고 개성 역시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한마음이 되어 시작했지만, 병원이 잘 되고 보니 각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금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제주도에서 최초로 종합병원을 설립했고, 새로운 의료 환경 시스템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했다는 자부심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가장 큰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특히 OCS(처방 전달시스템)나 모바일 팍스(PACS) 시스템(X-ray, CT 등의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진단 시스템), 전자의무기록(EMR, 종이 없는 기록 방식으로 의료 기기에 내장된 컴퓨터가 중앙의 주 시스템과 상호 연계되어 원격 진료에 이용된다)의 경우 우리가 제주도에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이는 제주도에서도 최초였지만, 전국적으로 중·소병원 중에 거의 처음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주 한국병원만의 특화된 진료 시스템은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미래에 제주도민이 더욱 필요로 하게 될 의료 서비스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이에 3개의 전문화센터를 준비하게 됐고, 새 경영진의 취임과 함께 첫 번째 센터인 관절척추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조금 더 소개하자면, 관절, 척추 분야에서 더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형외과, 신경외과는 물론 통증클리닉과 류머티즘내과까지 숙련된 의료진이 체계적으로 협업하여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특화된 진료시스템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 인력의 확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실력의 의료진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시술이 어려웠던 수지 접합 분야의 정형외과 전문의와 척추 내시경 수술의 권위자인 신경외과 진료과장이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7월 중에는 외과 전문의가 함께합니다. 한국병원은 앞으로 관절척추센터는 물론 뇌 센터, 고혈압 당뇨 센터 등 3개 전문화센터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제주도민 누구나 안심하고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더욱 전문화, 고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우수한 의료진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계획입니다.

 

 

제주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펼치셨는지 궁금합니다.

 

무의촌 지역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에는 제주 곳곳으로 찾아가 의료 봉사를 제공했었습니다. 병원에서 크게 움직이다 보니 호응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후 제주도에 의료보험이 점점 확대되고 의사들도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진료를 보러 가면 그 지역 의사들이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현재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잠시 주춤했었지만, 코로나 후에 더욱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제주형 통합복지 하나로 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의료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행정 절차를 통해 경제적인 지원 또한 제공할 예정입니다.



제주한국병원  (사진. 박건주)

 

제주한국병원은 2017년부터 약 3년 동안 1, 2층 로비 및 외래 진료 공간,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등을 포함한 병원 외관까지 리모델링을 완료했습니다. 특히 명예 원장님께서 직접 설계에 참여하시고 진두지휘하신 만큼 어떻게 달라졌는지 직접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리모델링은 과거 의사 중심 디자인에서 환자 중심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건물의 가장 기본적인 골조만 남긴 채 모두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한국병원의 모습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현재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오래된 부분을 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백지에서부터 고객들이 가장 편안하고 쾌적할 수 있는 병원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나갔습니다. 처음 한국병원을 설립할 당시 에너지 효율화로 인해 층고를 낮게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보조 활주로가 우리 병원 앞을 지나가기에 층수를 올릴 수가 없었던 것이죠. 이러한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던 터라 리모델링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노태린 대표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었습니다.

 

로비의 경우 답답하지 않게 층고를 최대한 확보하고, 곡선 형태의 등박스를 활용해 밝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대기 및 진료 공간은 딱딱하고 불편한 병원이 아닌, 힐링과 휴식을 즐기는 카페테리아처럼 변신했습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기존에 고객들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색감과 공간 구성으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수술실은 간결하게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했습니다. 병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외관 역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직선적이고 힘 있는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환자 중심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한 공간은 어디인가요.

 

로비와 중환자실, 응급실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컬러 역시 다채롭게 구성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특히 중환자실 천정을 보면 일반적인 전등이 아니라, 하늘의 별자리를 그려 넣었습니다. 중환자실의 특성상 환자들이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쩔 수 없는 병원 생활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장치로 노태린 대표가 별자리 천장을 제안했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반영했습니다. 이 외에도 곳곳에 자연적인 요소를 많이 반영했습니다. 특히 정형외과 벽면은 플랜트를 과감하게 배치해서 생동감을 주었습니다. 또 고객의 대기 의자가 부족한 것이 리모델링 전의 문제 중 하나였는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의자를 디자인하고 배치해서 최대한 많은 고객이 편안히 앉아 대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만큼 모든 공간이 환자 중심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 지역의 특성상 병원 디자인에도 상당한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타 지역과 어떤 점이 다른지, 제주도민의 편의를 위해 신경 써야 할 공간이나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무엇인가요.

 

외관에 제주석인 현무암을 적용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 돌이 워낙 오래되었고 어두워서 변화를 주고 싶었으나 노태린 대표가 적극적으로 ‘돌의 느낌을 그대로 두자’라고 의사를 전했습니다. 그래서 창문 앞쪽에만 창살을 두고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두었습니다. 이후 그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됩니다. 제주도 고유의 특성을 외관에 표현한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요즘에 워낙 제주석이 인기가 많아 서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석은 외부반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 사용된 제주석은 원석처럼 다듬어놓은 것이라 더 의미가 깊습니다.

 

 

이러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과감하게 투자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도 마찬가지, ‘고객 경험을 어떻게 살리고 향상시킬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 ‘환자들을 위한 병원, 그리고 좀 더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공간, 특히 병원 내 감염으로부터 서로 피해가지 않는 공간적인 배려’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진정한 ‘고객중심경영’은 환자가 우리 병원을 찾아와 접수와 대기, 진료와 검사, 수납과 처방전 수령 등을 완료하고, 귀가하기까지의 모든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에 병원의 공간이 ‘얼마나 친화적으로,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느냐’는 물론이고, ‘어떠한 느낌을 주느냐’ 하는 것 역시 고객의 경험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주한국병원의 명예원장으로서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갖고 계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전까지는 우리의 노하우를 가지고 병원을 경영했지만, 지금 세대의 생각은 아주 다릅니다. 특히 새로 오신 의사 선생님이나 직원들도 우리와 많게는 50년, 적게는 2~30년 차이가 있다보니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자 한승태 원장을 비롯해 고흥범 행정원장, 한규석 진료부원장 등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하여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병원은 의료 환경 변화에 따라 병원 경영진도 계속해서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병원 발전을 위해서는 두 분의 원장님이 계시기에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자 합니다. 한국병원이라는 평생의 과업을 무사히 건네주게 되어 책임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한국병원이 필요로 하는 한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함께할 계획입니다.

 

 

인터뷰이. 고태만 명예원장 (제주한국병원)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