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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훈 병원장 / 인천참사랑병원 [vol.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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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리스펙트로
환자와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다.

 

인천참사랑병원은 국내에서 마약중독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마약중독분야는 정신병 중에서 가장 까다롭고 치료하기 힘든 부분으로 통한다. 현재 인천참사랑병원은 이렇게 어려운 마약중독 외에도 치매, 소아·청소년 분야에 있어 굉장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국내에 특화되어 있다.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천참사랑병원의 행보는 전적으로 쓰러질 위기의 병원을 2012년부터 직접 맡아 제대로 일으켜 세운 천영훈 병원장의 헌신과 열정 덕분이다.

 

천영훈 병원장 (인천참사랑병원)

 

인천참사랑병원원의 설립 취지와 목적이 궁금합니다.

 

군의관 시절부터 정신병원에서 당직을 서며 기존 정신병원이 가진 문제점들을 몸소 체험했기에, 제가 2012년도에 직원들을 데리고 시작하면서 갖게 된 첫 번째 목표는 ‘병원이 병원다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자가 병원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가장 기초적인 부분들을 제시해 주고 사회에 내보내는 것입니다. 특히 정신과 질환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진짜 회복은 병원을 나서고부터 시작인 거죠. 그들이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는 치료의 능력을 갖춘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에서 환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입원은 최소화하되, 환자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들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자‘는 게 우리 병원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천참사랑병원은 2012년부터 병원장님의 운영체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병원장님이 내세우신 경영 전략이나 원칙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병원장으로 첫 출발을 알릴 당시는 병원의 어려움도 함께 떠안게 되었습니다. 모두 말리는 분위기였으나, 오로지 병원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심과 애사심을 확인하며 과감하게 내린 결정이었죠.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현재 국내에서도 정신 질환에 있어 폭넓은 시스템과 진료 체계를 갖춘 병원으로 인정받으며, 병원 경영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우리 병원의 경영 원칙은 직원들과 함께 병원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이익이 분배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제가 의사 7명 중 월급이 5번째로 많을 것입니다. 진료원장님들의 월급이 더 많습니다. 궁극적으로 저의 비전은, 병원 내 모든 조직이 건강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삼성의료원의 김호재 행정부원장님을 모셔와 경영 강화를 위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인천참사랑병원은 정신건강에 있어 소아·청소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스템과 진료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시스템과 진료체계로 운영되고 있는지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호재 행정부원장님이 오신 이후 병원을 센터화하기로 했습니다. 소아·청소년센터, 중독센터, 치매센터, 조현병 센터 등 각 센터가 입원환자에 대한 케어를 비롯한 지역사회로까지 이어지도록 고민하고, 제대로 이끌어 나가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킬리안 공감학교도 바로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실 자해나 자살 위험이 있고, 우울증에 걸려 학교도 가지 않는 아이들 경우, 학교 상담실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교육청과 연계해서 보다 직접적인 개입을 하게 된 것입니다. 킬리안 공감학교에서는 정신적인 문제로 학교 수업을 나가지 못한 아이들에게 다양한 대안 교육을 하고 수업일수로 인정해 주며, 필요하면 병원에 입원도 하게 합니다. 그만큼 단순히 비행청소년이나 정서적으로 큰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아닌, 보다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한 아이들을 모아서 해결해나가는 하나의 ‘공간’인 셈이죠. 그래서 킬리안 공감학교 교장 선생님은 목사님이시고, 대안학교에서 교사하셨던 선생님들이 오셔서 4년째 운영 중인데, 굉장히 멋지게 잘하고 계십니다. 부모님들도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과거 운영했던 서구치매센터가 전국에서 유명했던 센터였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들과 함께 상도 많이 받았고, 해외에서도 취재를 올 정도였으니까요. 김형배 원장님을 비롯한 당시 치매센터를 운영했던 스태프들이 이 분야에서 창의적이고도 숙련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관 3층에 햇살 데이케어센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치매 환자들은 대부분 노인성 질환인 고혈압, 당뇨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 햇살 데이케어센터는 바로 앞에 인천참사랑병원이 있고 ,안에 가정의학과도 있기 때문에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도록 한 ‘배회’ 공간과 유니버설 디자인에 초점을 둔 컬러와 동선, 디자인으로 모두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케어와 치료가 병행되는 주간 보호 센터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을 치료하는 병원은 설계나 디자인에서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의 정신과 병원은 네모난 도면을 그려놓고 여기에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한 많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공간을 그리는 단계부터 환자들이 들어와 같이 고민하는 시스템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가치가 정립된 병원이며, 미래 정신 병원 설계의 비전입니다. 저 역시 앞으로 환자의 정신 건강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병원을 제대로 지어보는 게 꿈입니다.

 

또한 정신과 공간 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살, 자해, 공격성을 막기 위해 철창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천장이나 벽에 걸 수 있는 것들을 다 없애버린 것입니다. 결국 ‘안전’은 규제가 되고, 그 안에서 환자를 옭아매는 것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물론 ‘안전’이라는 부분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되지만, 우리가 환자들의 자율성과 긍정성에 대해 너무 간과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동안의 임상경험을 통해서 입증된 치료나 정신 약물학의 발달로 굉장히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오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궁극적으로는 철창을 없애고 개방감 있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햇살 데이케어센터의 경우 헬스케어, 즉 환자 중심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컬러나 빛, 소리, 공기, 식물, 그림이 적절히 녹아있어 참신함이 느껴집니다.

 

햇살 데이케어센터가 있는 신관은 처음부터 치매 어르신들을 오랫동안 케어하고 봐 왔던 센터장님과 팀장님의 의견이 중요했습니다. 그중 1층 킬리안 홀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넓은 광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밝고 확장감 있게 꾸몄습니다. 킬리안 홀 옆에는 나무 한 그루의 자태가 멋스러운 ‘하나 오무근 장로 기념 도서관’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3층에 위치한 햇살 데이케어센터는 마음의 안정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이곳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치매 어르신들이 ‘배회’하다가 쉴 수 있도록 독일의 한 치매 마을을 모티브로 한 ‘버스가 오지 않는 버스정류장’ 공간을 디자인했습니다. 특히 자주 머물다 가실 수 있도록 평화로운 시골 마을길을 벽면에 프린팅했으며, 전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서 각진 모서리나 직선의 패턴이 아닌 전체 라운드형으로 공간을 채웠습니다.

 

 

앞으로 미래 정신건강을 다루는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디자인은 무엇이며 또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정신건강을 다룬 병원 디자인은 마약 환자나 조현병 환자, 자해 환자, 치매 환자, 알코올중독환자 등 각각의 환자별로 디자인이 전부 달라야 합니다.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인천참사랑병원의 목표와 비전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천참사랑병원이 가장 먼저 당면한 문제는 공간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시대가 끼친 가장 큰 영향력은 과밀한 정신병원 기존 구조를 거의 깨다시피 해서 해체 수준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만큼 병상 간격을 넓히고 병실 안에 환자 수를 제한하는 등 이에 맞게 리모델링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우리에게 당면한 큰 과제입니다.

 

 

인터뷰이. 천영훈 병원장 (인천참사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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