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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원장의 Special Column] Amber. 홍콩의 식당에서 Medical UX와 Detail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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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20년 1월에 홍콩 여행을 갔습니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10년만에 홍콩의 미슐랭 2스타인 Amber restaurant에 재방문했다가 새롭게 리모델링한 Amber에서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하며 느낀 바가 많아서 글을 남겨 봅니다.

 

홍콩 센트럴의 랜드마크 만다린 호텔 7층에 자리한 이곳은 2017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3위를 차지했으며, 산펠레그리노&아쿠아 파나와 같은 국제적인 업체가 후원하는 레스토랑입니다. 홍콩의 63개 미슐랭 다이닝 레스토랑 중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Amber는 10년 전, 제가 처음으로 미슐랭 미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계기가 되었던 레스토랑이기도 합니다. 사실 프렌치 다이닝으로의 경험은 개인적으로 별로 였습니다. 음식 맛은 정말 신기하고 환상적이었으나 음식 기록을 하기 위해 사진을 찍다가 제지 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레스토랑은 작년에 정통 프렌치 다이닝에서 일식 퓨전 다이닝으로 식당의 컨셉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인테리어 개선작업과 함께 레스토랑을 찾는 customer experience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버터가 많이 들어가던 프렌치 다이닝 코스요리를 99% 줄이고, 건강을 지키는 헬스 컨셉을 강조한 일본식 퓨전 Full dinning으로 바뀐 amazing dining restaurant이었습니다.

 

Amber의 총괄 셰프 리처드 에케버스(Richard Ekkebus)는 1985년 처음으로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그 경력이 35년에 이르며, Amber를 이끈 지도 이미 만 15년이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세프가 프렌치 쉐프였고, 피에르 가니에르 등 프렌치 요리 거장에게 사사 받은 셰프의 오랜 공력이 드러나는 부분들이었습니다. 더욱이 과거 10년 이상 프렌치 다이닝으로 미쉐린 2스타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과감하게 식당 트렌드를 일식 퓨전 다이닝으로 바꾸고, 버터를 많이 쓰던 레스토랑에서 건강을 추구하는 레스토랑으로 바꾸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마치 소아과 개원의가 성형외과 개원의로 바꾸는 것과 유사할 정도의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식당에서 이번에 식사하면서 개인적으로 배운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고객 여정 경험(UX)에 대한 것, 또 하나는 음식을 먹는 도중에 느낄 수 있는 Detail에 관한 경험이었습니다.

 

 

1. 고객 여정 경험 (UX)

 

맛있는 음식을 경험하는 것은 고급 레스토랑의 기본적인 경험입니다. Amber에서 먹는 음식 역시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미식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식사 도중 오픈 키친에 초대해서 눈앞에서 보여주는 자신감과 고객경험 체험 역시 감동이었습니다. 디너 코스를 먹다 보면 서버가 다가와 “다음 코스는 쉐프가 키친에서 직접 준비해 드립니다”라는 안내를 하며 고객을 주방으로 초대합니다. 주방 내 스탠딩 테이블에서 직접 쉐프가 전달하는 싱그러운 채소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약 3시간이 넘는 긴 다이닝 코스의 지루함을 덜기 위함도 있고, 얼마나 많은 쉐프가 주방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지 공연처럼 볼 수 있는 즐거움이 더해집니다.

 

이외에도 캐비아 등의 고급 재료, 클래식의 품위를 갖춘 와인 페어링 메뉴와 소믈리에의 프로다운 서비스, 프랑스 출신 페이스트리 쉐프가 직접 고객에게 설명하는 섬세한 디저트 등 프렌치 파인다이닝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온전히 녹여냅니다. 계산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도 입안에는 트러블의 향이 남아있었습니다.

 

최대 60명의 고객을 위해서 60명 이상의 쉐프와 60명이상의 버틀러들이 있는 레스토랑. 이런 곳에서 나오는 음식은 단순하게 음식을 먹고 허기를 때우는 것이 아닙니다. 지휘자 같은 메인쉐프의 지휘와 그 아래서 각각의 악기를 연주하듯 요리하는 쉐프들의 합주 공연을 보는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비싸고 멋진 공연을 보고 나면 감동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가격대는 있지만, 최고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다이닝이었습니다.

 

 

2. Detail

 

두 번째는 디테일입니다. 이곳은 고객이 물을 마실 때 힘들이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매우 얇은 두께의 잔을 사용합니다. 메인쉐프의 철학이 녹아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각각의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숟가락과 젓가락 또한 음식과 궁합이 맞도록 서빙 하는 것을 보면서 디테일에도 정말 많은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음식을 먹을때 포크와 숟가fkr을 바꾸어 주는 것은 미슐랭의 기본이지만,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는 나무 숟가락, 캐비아를 먹을 때는 맛이 변하지 않도록 자게 숟가락이 제공되었습니다.이런 디테일을 경험하게 되면 음식의 맛도 제대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메인쉐프의 노력과 경험 철학 등에 감동을 받게 됩니다.


식사를 하면서 다음 병원에서 꼭 만들어 봐야겠다 하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병원에서 일반 환자들에게 노출시키지 않는 공간이나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 프로세스로 만들어 내서 UX의 극대화를 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더불어 요즘 천착하면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모으고 있는 detail business에 대해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김우성 원장 (GF소아과)

Special Columnist
김우성 원장

방배 GF 소아과 대표 원장 (1999~)

DHP partner
피터 드러커가 살린 의사들 1,2 4, 6권 공저자 (2013~)
가톨릭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 (2010~)
한국 병원 경영학회 이사 (2018~)
북경 평행세계 기획이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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